Seijuuro 2기 982년 “뭔가 환절기니까 몸이 허해져 헛것이라도 본 것 아닐까? 어쩌면 관심을 끌어보고 싶어하는 가이드의 투정일지도 모르잖아. 가이드들은 원래 남 얘기 하는 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고.” 미부치 레오는 길게 늘어진 앞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며 별 것 아니라는 듯 중얼거렸다. 히무로 타츠야가 강력한 가이드로 발현했다는 소식은 한동안...
Tatsuya 2기 982년 첫 수업을 알리는 첨탑의 종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지자 새하얀 긴 로브 자락을 휘날리며 종종 걸음으로 가이드들이 하나 둘씩 텅 비어있던 교실로 들어섰다. 가이드들의 생활은 모든 학생들의 일상과 다를 바 없이 매우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것이었다. 아침마다 숙소에서 교사로 줄지어 떠나는 흰 옷의 물결은 일견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내곤 ...
어느 날 달콤한 목소리로 속살거렸다. 약간의 쇳소리같은 날카로움이 쨍강거리듯 섞여있었지만, 그런 것 쯤은 마치 닭고기에 박힌 얇고 귀찮은 갈비뼈처럼 그냥 씹어 넘길 수 있을 만큼 달콤하고 부드럽고 현기증이 일 만큼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단순히 그저 달콤한 목소리였다면 나를 흔들어 깨우고, 한 밤에 땀에 젖어 몸을 일으켜 한숨을 내뱉게 할 만큼 미친듯이 동요...
Daiki 2기 982년 가로수의 이파리들이 발갛게 달아오른 손자국처럼 울긋불긋하게 물들었고, 완연한 가을이 찾아왔음을 알리듯 귀뚜라미들이 요란스레 노래하는 소리가 산새의 지저귐과 섞여 기묘한 이중창을 자아냈다.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거대한 주홍빛 태양의 빛 자락을 받아 화염에 휩싸인 것처럼 선명한 색으로 물든 숲이 긴 그림자를 드리운 채 바람에 흔들렸다...
Taiga 2기 982년 제법 선선해진 바람에 노릇하게 익은 가을의 긴 잔디가 공손히 고개를 숙이는 모습은 긴 갈대 밭이 펼쳐진 세이린의 초원을 떠오르게 했다. 고향에서 돌아온 지 이틀 밖에 지나지 않았으나 그 풍경을 떠올리자 심장 한 구석이 아릿해지는 그리움이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막상 지난 여름 내내 고향을 다시 찾은 타이가의 머리 속에 맴돌았던 것은...
1 시간이 지나간다. 내가 그것을 인식하고 있든, 인식하고 있지 않든지 개의치 않고 시간은 천천히 오랫동안 공들여 감아놓은 태엽이 풀어져 나가듯 그렇게 규칙적인 소리를 내며 흘러가고 있다. 만약 사람의 시간이 하찮은 게임들이 언제나 그러하듯 중요한 순간에 세이브하고 되돌릴 수 있다면 내 인생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나는 그런 상상이 정말로 의미 없는 것임을 ...
Kaznari 2기 982년 늦여름의 아침 하늘을 뒤덮은 잿빛의 먹구름이 낮게 으르렁거리는 짐승 같은 소리를 내뱉고 멀리 내려다 보이는 지평선 근처에 공간을 가르는 듯한 섬광이 수직으로 내리 꽂힌다. 타워의 벽면에 붙어 있는 아름다운 대리석 조각들이 순간 발광하는 빛 줄기에 그로테스크한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고, 몇 초 지나지 않아 습한 공기를 흔드는 번개 ...
Ryouta 2기 982년 소담한 오아시스의 투명한 물웅덩이에서 마을 처녀들은 몸의 윤곽을 훤히 드러내는 얇은 리넨옷을 걸친 채 가무잡잡한 얇은 다리를 흔들며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그 모습은 언젠가 동화책에서 보았던 물의 님프들이 호숫가에서 노니는 광경을 떠올리게 했다. 수면을 두들기는 소녀들의 손길에 얇은 물보라가 여름의 태양 빛을 받아 수정 가루처럼...
그녀에게서는 언제나 햇빛에 오랫동안 잘 말려둔 방금 걷은 빨래의 향기가 났다. 내게 햇살은 그 빛보다 그 향기로 기억되곤 했는데, 그 건조하고 달콤한 향기는 언제든 내게 그녀를 떠오르게 만들곤 했다. 잘 펴져 널린 빨래들이 봄날의 미풍에 흔들거리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작지도 않은 뒤뜰의 구석구석에는 빠짐없이 세심한 그녀의 손길이 닿아있었다. 하얗고 반짝반짝빛...
Daiki 2기 982년 토오의 경기가 끝나고 콜로세움의 대기실 옆에 마련되어 있는 샤워실 에서 전신에 달라 붙은 땀과 모래를 씻어낸 아오미네 다이키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불만스러운 듯 팔짱을 낀 채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이마요시 쇼이치였다. 다이키는 미리 준비되어 있던 말끔히 접혀 있는 새 옷을 걸쳐 입으며 비죽하게 얄미운 웃음을 지어 보였으나 쇼이치의 ...
“ ‘슈퍼모델 아이라와 케이시 멕닐의 염문을 예언하다.’ 가관이군. 그렇게나 예언할 것이 없는 건가. ‘인기작가 샐린저가 신작을 출시하고 라디오 토크쇼에 나와 홍보를 할 것이다.’ 이건 예언자가 아니더라도 금방 알 수 있는 이야기 아닌가? ‘오래 전 죽은 것으로 알려진 가수 버디 할리가 살아 있는 것으로 판명될 것이고, 할리는 크로케츠와 재결합하여 내년 랄...
Yukio 2기 982년 7월의 높게 뻗은 푸른 하늘에 새하얀 뭉게구름이 모닥불의 연기처럼 지평선에서 수직으로 피어 오르고 있었다. 평소라면 조용한 새소리만 울려 퍼질 이른 아침이었지만 린드블룸의 거리는 벌써부터 물건을 나르며 가판대를 장식하는 상인들로 북적이었고 고지대에 위치한 타워의 기숙사에서 바라본 거리의 모습은 형형색색의 가판대 지붕이 펼쳐져 ...
글 연성쟁이입니다. 소설용 트윗은 https://twitter.com/Staccato00 입니다.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정기 후원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